현실
내가 정말 현실에 무지하다는 것을 요즘 깨닫는다.
김훈 작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이번 남한산성 100쇄 기념 인터뷰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국회의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 ‘북한은 주적이냐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는데 그것은 관념에 빠진 썩어빠진 질문입니다. 질문으로 성립할 수가 없는 것이에요. 북한은 강한 무력을 지니고 주민을 장악한 정치적 실체입니다.
싸움의 대상이자 대화의 대상이기도 하죠. <남한산성> 배경인 청나라 때와 다를 바 없는 그런 몽롱하고 관념적인 말은 현실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5·16이 쿠데타냐’는 질문도 마찬가지예요. 정의, 불의 같은 모호한 관념의 말들이 현실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그는 “영광과 자존만 역사를 구성하는 게 아니고 치욕과 모멸 또한 역사의 중요한 일부”라며 “조선 시대의 사대란 약자가 강자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술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교과서에서 정확히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훈 한겨례 인터뷰-
나는
초중고 정규과정을 밟고
인문계 대학교 4년을 나오고
취준 겸 인문, 역사, 철학 공부를 하고 있다. (PD가 꿈)
책만 읽다가 26살이 된 셈인데
알바 경험은 합쳐도 3개월이 채 안되고
사회생활이라면 동아리 활동, 연애 이정도
루소, 마르크스 같은 한국사회와 거리가 먼 학자들의 글을 동경해왔다.
프롤레탈리아 계급,착취,노예상태
미국 헤게모니의 속국
뭐 이런 글들을 많이 읽으면서 한국 사회에 분노도 많이하고
무기력에 빠지기도 했다.
나랑 비슷한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젊은이들의 이상향과 현실은 괴리가 크다.
꼰대 척결을 외치며 우리는 분노한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가지만
가장 중요한건 아무래도 현실감각인 것 같다.
무조건 정의와 평등만을 바라는 건 북한이 주적이냐고 묻는 무의미한 관념 속 질문과 같다.
역사를 살펴보면 단 한번도 평등,정의로웠던 사회는 없다.
그리스 민주정조차 수많은 주변국가의 노예들이 있어 가능했던 질서다.
올바름에 대한 가치관은 버리지 않되
현실감각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한 듯 싶다.
이걸 아는데 이렇게 늦었다니..
마지막으로 김훈씨의 문장으로 마무리해볼까 한다.
말로써 정의를 다툴 수 없고, 글로써 세상을 읽을 수 없으며,
살아 있는 동안의 몸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다 받아 내지 못할진대,
땅 위로 뻗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리. - <남한산성>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