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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국공 사태를 보고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후기)
    카테고리 없음 2020. 6. 30. 20:41

    읽어야지 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 인천공항 사태를 보고 

    도서관에서 정독했다. 

     

    책이 만들어진 배경은 다음과 같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취준생들은 비정규직에게 공감하기 보다

    <바랄걸 바래야지> 라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왜 취준생들은 같은 위치에 있는 비정규직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저자는 학력 위계주의부터 설명한다. 

    20대는 대부분 수능 공부만 하다 대학을 간 경험을 갖고 있다. 

    사회경험을 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수능의 경험은 그들의 인생관에 크게 작용한다. 

    수능이 무엇인가? 점수를 통해 인간을 구분짓는 행위다.

    1등급부터 9등급으로. 

     

    이 경험을 통해 20대는 수능 성적으로 인생에도 급이 있다고 생각한다.

    명문대는 명문대의 삶을, 지방대는 지방대의 삶을 살아야만 한다. 

    수능 점수가 노력의 결과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 기준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대학이 좋은 직업을 보장해 주지 못하면서 

    틀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들은 더욱 세밀하게 급을 나눈다.

    서울대는 연고대를 무시, 연고대는 서성한을 무시, 서성한은 중경외시를 무시.. 

    우리는 지갑에도 급을 나누곤 한다. 

    입생로랑을 가진 사람은 폴 스미스 지갑을 무시하고

    폴스미스 가진 사람은 빈폴 지갑을 무시한다. 

    마치 지갑이 인생의 전부인 양.

    대학도 20대들에겐 자신의 전부가 되어 버렸다. 

     

    이 가치관은 지나치게 협소하다. 

    인생에는 점수가 없으며 

    인간은 그렇게 쉽게 평가내려질 수 없다. 

    오히려 공감능력을 줄게 할 뿐이다. 

     

    한가지 더, 20대들이 하는 노력자체에도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선 자기계발이 필수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토익, 어학연수, 봉사활동..

    대부분 취직과 연관되어 있다. 

     

    오직 점수를 위한 자기계발은 공허하다. 

    심지어 모두 비슷한 점수를 가지고 있어

    취직에 도움이 되는지도 미지수다. 

     

    20대들은 어쩌다 근본적인 문제의식 없이 노력만 하게 되었을까?

     

    아마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계발에 매달려 취직을 하지 못한다면 

    제대로된 임금, 보험,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최저임금으로 최저생활만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IMF이후 생겨났다. 

    실제로 한국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극단적으로 열악하기에 

    매우 현실적인 두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취준생들은 비정규직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고 

    그런 입장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은 

    자신의 노력을 무시한게 된다. 

     

    여기까지. 

    책은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에서 논의를 멈춘다.

    그래서 대안이 뭔데?라고 묻는건 문제제기 자체를 봉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리하자면 

    1. 학벌위계주의로 비롯된 공감의 부족 

    2. 자기계발에 대한 성찰 부족

    이 두 가지가 20대의 가치관을 매우 협소하게 만들었다는 것. 

     

    물론 20대가 저절로 이렇게 만들어진 건 아니다. 

    저 생각들은 이미 사회 속에 어쩌면 부모님들에게도 존재하고

    20대는 이 가치를 내면화했을 뿐이다. 

     

    요새 김누리 교수님이 학벌 위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연관지어 보아도 좋을 것이다. 

     

    ---

     

    시간이 많이 지나기도 했고 

    인국공 사태와 이 책을 연결짓기는 조금 무리가 있기도 하다. 

    이번에도 20대들의 선긋기(차별에 찬성)가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살펴보면 분노의 칼날은 권력을 쥔 자들을 향해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된 것은 축하해줄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대통령의 입김 한번으로 완성되었다는게 참 허탈하다. 

     

    열심히 시험준비를 했는데 

    그 자리라는게 결국 대통령 말 한마디면 뚝딱 생겨나는 것이라니.

    인생이 원래 그런 것이라면 참 할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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