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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루야마 겐지 – 소설가의 각오
    카테고리 없음 2020. 7. 26. 13:47

    그 세대는 학생운동만 해도 아주 거칠고 피비린내나고 전투적인 방식을 취했다. 

    하기야 대학생활과는 인연이 없었던 나한테는 그들이 일으킨 소동이 아주 사치스럽고 아주 흥미로운 혁명놀이에 불과해 보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세상의 흐름은 평화와 번영의 방향으로 기세등등하게 흘러갔고, 끝내는 모든 사람들이 침묵과 무시정도의 반항밖에 하지 못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그런 반항조차 깨끗이 단념하고 세상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부모의 시대로부터 폭력적인 피를 이어받지 못했다. 포식의 시대와 행복한 가정을 당연시하는 환경에서 자란 탓에 애당초 거역을 모른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신나게 놀고 안이한 상냥함을 유일한 안식처로 삼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나쁜 인종이 되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수중에 넣을 수 있는, 현실적이라면 너무도 현실적인 꿈밖에 추구하지 않는 여자의 삶 그대로다. 

     

    거부를 당할지언정,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매도를 당할지언정, 나는 아무 상관 없이 말한다. 

     

    한 시대나 국가가 붕괴할 때는 젊은이부터 형편없어진다는 설이 있다. 고대 로마가 그랬고 청나라도 그랬다. 먼저 젊은이들이 거역을 모르게 된다. 무기력해지고, 호모나 정신적인 호모가 급증한다. 자기 주변에 있는 일이 아니면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닳고 닳은 어른들이 제멋대로 날뛰어 세상은 혼란해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붕괴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게서 자존심을 뺀다면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돈도 명예도 없는 내가, 갓 스무 살이 된 내가 자존심마저 잃는다면 앞으로 무엇에 의지하여 한 세상을 산단 말인가. 쓰레기 같은 작자들과 똑같은 취급을 당하다니 말이나 될 법한가.

    그러나 나의 자존심은 보통 사람들의 자존심과는 다르다. 그것은 법률이라든가 유치한 도덕 관념 위에 성립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무슨 일이든 하고 만다는 지극히 위험한 행동력이 뒷받침되고 있는 그 자존심은, 다름아닌 범죄자 타입의 자존심이었다.

     

    그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그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이며 그 어떤 집단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은 한 마리 외로운 늑대나 다름없는 인생길의 남아 있을 뿐이다.

     

    아무튼 이런 대사가 등장하는 삼류 갱 영화가 있다. 

    "우선 보스를 찾아라. 찾지 못하면 네가 보스가 되어라."

    나는 이 대사가 딱 마음에 들었다. 

     

    --

     

    <남자답다>라는 표현은 사라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남자' 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작가. 

    소설가라면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여야만 한다고 말한다. 

    고독을 씹어 삼키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일은 

    그에게도 힘든 일일 테지만

    산속에서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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