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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 가능한 순대국
    카테고리 없음 2020. 3. 23. 15:37

    동네에 오래된 순대국집이 있다.

    연예인 이영자씨도 다녀왔다나 뭐라나.

    다른 집이라면 연예인 사진을 벽에 왕창 걸어놓을 테지만 

    그런 것에 초연한, 테이블 다섯개 짜리(하나는 본인들이 쓰지만)가게다. 

     

    아저씨는 손님들이 들어와도 눈도 안 마주치는데 

    가끔 연설을 펼치실 때가 있다. 

    이번엔 마스크였다. 

    아주머니가 한 손님이 쓰고 온 마스크에 관심을 보였고 

    보기 좋게 날아온 아주머니의 토스에 

    정확히 스트라이크를 꽃아 넣으셨다 

     

    5분여의 연설의 주제는 대충 

    글 공부 한다는 놈들이 탁상공론을 한 결과 우리가 마스크를 줄서서 사야한다는,

    다소 계몽적인 이야기였다. 

     

    모두가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써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의 논리구조를 

    아저씨는 이해할 수 없으셨다. 

    한정된 재료와 가능한 노동력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순대국 장사를

    30년 동안 이어오신 아저씨는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세계에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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