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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카테고리 없음 2020. 5. 29. 16:11
내가 정말 현실에 무지하다는 것을 요즘 깨닫는다. 김훈 작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이번 남한산성 100쇄 기념 인터뷰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국회의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 ‘북한은 주적이냐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는데 그것은 관념에 빠진 썩어빠진 질문입니다. 질문으로 성립할 수가 없는 것이에요. 북한은 강한 무력을 지니고 주민을 장악한 정치적 실체입니다. 싸움의 대상이자 대화의 대상이기도 하죠. 배경인 청나라 때와 다를 바 없는 그런 몽롱하고 관념적인 말은 현실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5·16이 쿠데타냐’는 질문도 마찬가지예요. 정의, 불의 같은 모호한 관념의 말들이 현실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그는 “영광과 자존만 역사를 구성하는 게 아니고 치욕과 모멸 또한 역사의 중요한 일부”라며 “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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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 사이의 반복카테고리 없음 2020. 5. 28. 15:28
고대 그리스는 자신들의 행동을 하나의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유기체로서, 자신이 지구의 주인공으로서 처음으로 행동을 개시한, 역사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첫 문명이다. 그런데 인간들의 세상이라는게 욕망이 지배하는 뜨거운 가마솥 같은 것이라 수많은 폴리스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자신들이 주인공이기에 모든 행동은 정당화 되었다. 전쟁이 보편적인 선 (시체를 땅에 묻어준다던지, 어린아이와 여자는 건들지 않는다 등) 기본적인 도덕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뜻이다. 눈 앞에서 모든 가치관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그리스인들은 그 결과 허무주의 사상에 빠지게 된다. 모든 게 다 부질없다. 그 와중에 플라톤은 절대적인 선은 존재한다며 이데아를 찾자며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썻다. 이후 중세시대가 다가오고 신을 중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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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 <역사>를 읽고 : 한국전쟁 이후의 허무주의카테고리 없음 2020. 5. 26. 16:00
동족상잔이 무서운 이유는 상위권력이 없음에 있다. 다시 말해 축구경기에 심판이 없는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 심판이 몸싸움, 파울을 적절히 조율하지 못하면 선수들의 몸싸움은 거칠어지고 결국 패싸움으로 번진다. 이때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한답시고 바라만 보고 있다간 상대편에게 뒷통수를 맞는다. 때리던지 맞던지 둘 중 하나다. 욕구만 존재하는 아노미상태. 같은 부족끼리 전쟁을 한다는 것은 심판없이 축구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말릴 사람 하나 없고 한쪽이 몰살 당할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한국전쟁보다 2000년 정도 먼저 에게해를 기반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다. 바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벌어진 전쟁은 생각보다 길어졌고, 심지어 전염병까지 창궐했다. 모든 사회적 정의는 무너지고 욕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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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겔스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카테고리 없음 2020. 5. 18. 14:05
우라기 세상을 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남북갈등 이유로 한국에서 외면받고 있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분석은 다소 잔혹하다. 이들은 세상을 자본가와 프로레타리아로 구분한다.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다면 (건물주나 고용주) 자본가 몸뚱이만 가지고 있다면 (평범한 알바, 직장인) 프로레타리아 계급이다. 엥겔스의 본문을 조금 인용해 보자면 1. 부르주아지는 끊임없이 단결하며, 프롤레타리아트 안에서의 경쟁을 부추긴다. 프롤레타리아트가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기 위한 경쟁이다. 2. 과거의 노예들과의 유일한 차이점은 노예라는 사실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노동자는 하루, 일주일 또는 일년 단위로 팔리기 때문이며 어떠한 소유자도 노동자를 다른 사람에게 팔지 않으며 대신 노동자가 스스로를 팔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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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과 팀플과 페미니즘카테고리 없음 2020. 5. 16. 09:06
종교개혁은 중세의 통일성을 이루었던 가장 핵심적인 요소 '교황권'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했다. 가톨릭 교회에 대한 민중들의 증오가 폭발했고 그에 따른 격렬한 행동들이 역사의 변혁으로 이어졌다. 프로테스탄트의 종교개혁이 짧은 시간에 많은 세력을 얻은 이유는 하나, 세속적 통치자와 결합 둘, 사람들이 느낀 가톨릭에 대한 회의와 염증 가톨릭은 이념을 위해 과잉폭력을 썻고 프로테스탄트는 불안에 휩싸인 이행기의 사람들에게 명확하고 일관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권위 있는 대답을 제공했다. 팀플을 하다보면 꼭 대안도 없으면서 지금 안이 별로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쁜 사람이라기 보단 현실감각 없는 이상주의자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게 나다. 요새는 좀 바뀌려고 노력중 내가(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요새 관심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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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욕망을 팝니다카테고리 없음 2020. 5. 13. 15:07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사고 팔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자동차, 시계, 스마트폰 부터 시간, 몸, 여자 까지 그렇다면 식당은 음식을 파는 곳일까? 우리 동네에 있는 오래된 국밥집은 음식을 파는게 맞다. 물은 셀프고, 인사도 받아주지 않는다. 반찬은 세번정도 달라하면 그제야 가져다 주신다. 음식에 집중하는 것이 느껴진다. 친절, 안락한 의자 등 음식 외적인 것은 그들의 눈 밖에 나있다. 예전 유행했던 아웃백. 빕스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서 가족들끼리 보낼 수 있는 시간에 방점이 찍혀있던 느낌이다. 음식을 판다기 보단 시간을 파는 장소. 여기까진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이제는 식욕 자체를 판다. 명륜진사갈비, 애슐리, 자연별곡 등등 편안한 식사에는 관심이 없다. 그릇도 혼자 가져다 먹고 치워야 한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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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티시즘과 자연주의카테고리 없음 2020. 4. 28. 11:09
나쓰메 소세키의 강연록은 언제나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 우리는 절대적인 선이 있다고 믿었다. 닿을 수 없는 그 목표를 따라가다가 죽는 것 그게 인생였다. 문학, 더 크게 보면 예술은 당대의 가치관을 담는다. 로맨티시즘 소설에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정의를 위해, 선을 위해, 행복을 위해 몸을 불사지른다. 독자들은 이에 감동하고, 자신도 그렇게 살고자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을 분석할수록 우리는 선과는 거리가 멀다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선이 될 수 없는 욕망, 신체구조를 가졌다. 완벽한 신이 되기보단 인간으로, 나로 사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임을 깨닫는다. 공동체의 관점에선 몹시 위험하다. 개인의 욕망은 타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욕, 출세욕은 타인을 지배하고 싶..